APT margin 부동산 뉴스
3기 신도시 고양창릉지구 S3블록 공공분양 조감도. 서울에 택지가 없다는 대통령 발언의 대안 축으로 꼽히는 수도권 공공택지의 한 사례다 (출처 LH 고양창릉 S3 분양안내)
예정된 시간은 100분이었습니다. 실제로는 190분이 걸렸습니다. 7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꺼냈고, 서울에 개발할 택지가 거의 없다는 한계를 인정했고, 갈등과 저항을 감수하더라도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세제개편안 발표를 열흘 남짓 앞둔 시점의 발언들입니다.
신호는 이틀 전부터 있었습니다.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부동산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으며 망국적인 부동산 공화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안정을 양극화 완화의 가장 큰 전제 조건 중 하나로 규정했고, 극단적 투기 수요와 불안 심리가 뒤얽히며 상당한 사회 자본이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진단도 내놨습니다.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공정과 상식을 파괴한다는 표현까지 썼으니, 수위가 낮지 않았습니다.
처방의 방향도 이날 나왔습니다. 속도감 있는 공급 대책과 더불어 현실에 부합하는 실수요자 지원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하겠다는 것, 그리고 조세 제도 역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기초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것입니다. 공급, 실수요자 지원, 세제. 세 단어가 한 문장에 담겼고, 이틀 뒤 대토론회의 목차가 그대로 이 세 단어였습니다.
23일 대토론회는 정부와 학계, 전문가와 시민 140여 명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이에 앞서 14일부터 16일까지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가 공급과 금융, 세제 분야별 공개 토론회를 먼저 돌렸고, 23일은 대통령이 직접 토론을 이끄는 본선 격이었습니다. 예정된 100분을 훌쩍 넘겨 190분간 이어진 것 자체가 논점이 그만큼 첨예했다는 방증입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일본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좁은 국토에서 부동산 수요가 계속 늘다 보니 가격이 상승해 일본이 한때 어려움을 겪었고, 가격이 계속 오르다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서 소위 풍선처럼 터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그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지 않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단어가 대통령 입에서 직접 나온 겁니다.
이 발언의 결은 두 갈래로 읽힙니다. 집값을 더 밀어 올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하나, 거품이 터진 뒤의 장기 침체까지 언급한 만큼 인위적 부양도 급격한 붕괴도 피하는 관리형 접근을 시사했다는 관측이 다른 하나입니다. 투자나 투기를 위해 금융을 활용해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집을 필요로 하는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발언은, 투기성 대출은 계속 조인다는 예고에 가깝습니다.
공급 문제에서 대통령은 한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사실 매우 어렵다고 했고,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어디에서 어떻게 늘릴지가 마땅치 않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서울에서 택지를 개발해 보려고 하면 거의 찾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역대 정부가 공급 대책마다 서울 도심 물량을 앞세워 온 걸 떠올리면 이례적으로 솔직한 화법입니다.
이 워딩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서울 안에 새 택지가 없다면 공급의 답은 둘로 좁혀집니다. 서울 안에서는 재건축과 재개발의 속도를 내는 것, 서울 밖에서는 3기 신도시 같은 수도권 공공택지 물량을 당기는 것입니다.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특정 지역이나 사업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택지 고갈을 인정한 이상 이미 깔려 있는 공공택지의 실행 속도가 다음 대책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마무리는 결단의 언어였습니다. 공직자의 최대 덕목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일정 정도의 갈등과 저항,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결정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발이 따르는 카드, 그러니까 세제든 규제든 인기 없는 결정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토론회에 앞서 열린 온라인 창구에는 22일 오후 5시까지 국민 제안이 4,80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분야별로는 주택금융이 2,1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공급과 규제가 1,484건, 부동산 세제가 1,226건입니다. 대출 규제를 풀어 달라는 요구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정부가 조여 온 대출이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아픈 지점이라는 게 숫자로 확인된 셈입니다.
세제 제안의 경향도 뚜렷했습니다.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취득세와 양도세 같은 거래세는 반드시 함께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갖고 있을 때 매기는 세금을 올리고 사고팔 때 매기는 세금을 내리는 조합, 학계에서 오래 논의돼 온 방향이 국민 제안에서도 다수였다는 얘기입니다. 생애최초 구입자와 청년, 신혼부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쌓였습니다.

대통령은 토론회 전부터 세제를 정면에 뒀습니다. 7월 10일 SNS에 보유세의 적정 수준, 실거주 1주택과 다주택의 세금 차등, 초고가 실거주 주택의 별도 처리,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를 논의 과제로 직접 올렸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인기투표 하듯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결론을 정해 놓고 하는 토론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보유세 개편이 실제 테이블 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토론회에서 전문가 의견은 정면으로 갈렸습니다. 강화론 쪽에서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제가 잡아 줘야 한다며 고가 주택의 보유세 강화를 제시했고,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생애 1회로 제한하자는 안을 냈습니다. 반대편에서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시장 안정이 목적이라면 다주택자 매물이 나와 줘야 한다며 세제를 조이면 매물 잠김이 심해진다고 경고했고, 우병탁 신한은행 전문위원은 보유세를 올려도 양도세 부담이 더 크면 매물 출회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토론회 직후 시장 쪽 평가는 차가운 편이었습니다. 지방 DSR 차등 적용이나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개편 같은 아이디어는 쏟아졌지만, 규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지에 논의가 몰렸고 정작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과 얼어붙은 거래를 되살릴 해법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시행 기준과 시기가 제시되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꼽혔습니다.
시간표가 첫 번째 신호입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밝힌 대로 세제개편안은 법정 일정상 7월 말에서 8월 초에는 나옵니다. 열흘 안에 보유세와 거래세의 조합이 정해진다는 뜻입니다. 청약 당첨 후 기존 집을 처분할 계획이거나 일시적 2주택 경로를 밟는 분이라면, 지금 매도 시점을 못 박기보다 개편안의 양도세와 취득세 향방을 확인한 뒤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출이 두 번째입니다. 국민 제안의 절반 가까이가 대출 완화 요구였지만, 대통령의 워딩은 반대로 투기성 금융 차단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실수요자 지원 대책을 촘촘히 하겠다는 발언이 있는 만큼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같은 실수요 대출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 발표된 건 없습니다. 중도금과 잔금 계획은 현행 규제를 기준으로 짜고, 완화가 나오면 그때 보너스로 반영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공급이 세 번째입니다. 서울에 택지가 없다는 인정은 뒤집으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공공택지 물량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시세보다 눌린 분양가로 공급되는 단지의 안전마진 구조는 이번 발언으로 달라진 게 없고, 정부가 공급에 속도를 내면 선택지는 오히려 늘어납니다. 청약 통장을 깰 이유가 아니라 겨냥할 단지를 고를 이유가 생긴 국면입니다. 대통령은 24일부터 순방길에 오르지만 총리 주관으로 후속 토론이 이어지고, 세제개편안이 그 사이 나옵니다. 개편안이 공개되는 대로 청약자의 셈법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정리하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오늘의 계산입니다. APT margin.